본문 바로가기

육아

굴렁쇠공동육아어린이집 교육아마 후기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 어린 왕자

일반 어린이집과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차이점은 아마(아빠 엄마 줄임말) 들의 직접 참여가 아닐까? 아마들이 아이들의 생활공간을 청소하고 식단을 관리하며 선생님들과 소통을 통해 어린이집을 운영해 나간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공동육아를 피부로 가장 쉽고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교육 아마라고 생각한다. 교육 아마는 선생님의 행사, 교육, 휴가 등으로 빈자리가 생기게 되면 아마들이 참여하는 활동이다.

 

쉽게 말하자면 아이와 함께 등원을 하고 하원 할 때까지 터전에서 혼돈의 카오스를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정의이고, 앞으로 내용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좁은 시각으로 웃자고 살짝 MSG 첨가한 일지임을 미리 밝혀둔다.

오전 9시 - 10시, 안녕~

터전 중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잘 밀리지 않는다. 오늘 있을 일의 복선일까... 교 육아 마의 첫 순간부터 스무스하지 않다. 당황하지 않고 중문을 슬쩍 들어 올려 레일을 맞춰본다. 흐이짜!, 부드럽게 열리고 닫히는 중문. 뿌듯하다. 벌써 오늘 일을 다 한 기분이다. 집에 가고 싶다. 옆에서 태희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한다.
"안녀엉~" 이미 등원한 친구들에게 인사한다. 나는 다른 어른들과 달리 어린이였던 시절을 기억한다는 듯이, 나는 너희들과 친구처럼 오늘 하루를 자알 보내고 싶은 주문을 외우듯이 그렇게 가볍게 인사한다. 단풍잎과 토닥이에게도 인사를 하고, 주방으로 발걸음을 돌려 로사에게도 인사를 한다. 그런데 두 손을 고이 모아 인사하시는 로사!!, 재빠르게 자세를 고치고 정식 인사를 드린다. "안녕하세요~"
큰 방으로 다시 가서 테이블에 슬쩍 앉으니 단풍잎께서 오늘 하루 일과를 브리핑해주신다.

"오늘 동이 약수터 가서 나들이 다녀오고요~ 다녀와서 점심 먹고, 6살 아이들은 떡을 간단히 만들고, 낮잠을 잘 거예요. 서아 생일잔치하고 오후에는 비가 안 오면 마당놀이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될 것 같아요~"
"오~ 나들이~ 좋아요~, 오늘 저는 몇 살 맡으면 될까요?"
"6살 아이들 돌봐주세요~"
"넵!!"

하나둘 아이들이 등원하고 나는 안녕~ 인사한다. 잠바를 벗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고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뭐하까 하는데...
"놀이시간 끝났다 다 같이 정리해보자~" 노래하며 정리를 하면서 작은방으로 모여든다. 태희가 나를 이끌어준다. 고맙다. 네가 있어 든든하구나. 작은방으로 아이들이 앉는다. 나도 저쪽 벽 중앙으로 가서는 우 '이현' / 좌 '태희'를 끼고 앉는다. 그렇게 아이들이 빙~ 둘러앉는다. 단풍잎께서 노래를 부르며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정리하고, 아이들은 단풍잎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잘 모르는 노래를 불러서 나는 따라 부르지 못하고 입모양만 으오아~ 거렸다. 그러다가 잘 아는 '다섯 가지 이쁜 말(제목을 잘 모르겠다.)' 이 나와서 같이 부른다. 노래를 몇 곡 더 부르고는 오늘 아마로 온 강물은 무엇을 준비했나요~ 하는 노래를 불러준다.

"강물은 오늘 옛날이야기 준비했어~"
"먼데? 제목이 먼데?"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이 물어본다.
아차차... 이야기를 만들긴 했는데 제목 생각은 사실 딱히 안 해봐서...
"아픈 용궁의 용왕님..." 자신 없이 던지니까...
"나 그거 알아~" 하는 아이도 있고,
"에이~ 그거 재미없는데..." 하는 아이도 있다... 메모를 못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구였더라...
대놓고 재미없는데 라고 하니...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싶었지만, 이 친구들은 젊어도 너무 젊어서 이 말이 먼지도 모를 거라..
목소리를 키우고 어떻게든 기세가 꺾이지 않기 위해 이야기한다.
"아~ 시시해..." 소리가 들리지만, 안 들리는 듯, 빈틈을 주지 않고 계속 이야기해서 어떻게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휴우...
단풍잎이 "우와~ 재밌는 이야기다 그렇지~" 하지만 반응은...

오전 11시 - 12시, 동이 약수터~

잠바를 입고, 마스크를 쓰고, 마당으로 모인다. 날씨가 쌀쌀해서 아이들 점퍼 지퍼를 올렸나 확인한다. 짝 손때 문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서로 하고 싶은 짝 손이 있다. 옆에 서서 우는 아이를 달래어 보려고 내 손을 내 밀어 보지만, 차인다. 으앙~
동이 약수터는 터전으로 올라오는 길에 115번 정류장 맞은편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약수터다. 터전에서 나오면 찻길이 조금 걸으면 곧 인도가 나온다. 아이들이 많이 있고 자동차가 올 수 있어서 최대한 안전하게 이 열 종대로 줄을 세워서.... 는 무슨...
으헤헤~ 해맑게 뛰어가는 몇몇 큰 형들... 나는 열심히 쫓아가서 최대한 안전하게 앞장서서, 그들을 진정시킨다.
단풍잎과 토닥이는 3살 4살 5살을 안전하게 데려오고 계셨다.
체력단련장을 지나 농부 할아버지를 만났다. 아이들이 잘 아는 듯 인사하고 할아버지께서도 반가이 아이들을 맞아주신다.

 

동이 약수터 가는 길은
뛰어가는 아이 / 걸어가는 아이 / 드러눕는(?) 아이/ 드러누워 굴러가는 아이 / 나뭇가지로 마법 하는 아이 / 손가락 총 쏘는 아이 / 이리 달렸다 저리 달렸다 사방팔방 달리는 아이 / 관찰하는 아이 등등
정말 굴렁쇠의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이렇게 행복한 아이들과 함께 어느새 동이 약수터에 도착~ 가져온 따뜻한 물과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동이 약수터에서는
철봉 매달리는 어린이고 싶은 어른 / 바위 위에 올라가서 기지를 만드는 아이 / 계속 총 쏘는 아이 / 태권도 발차기 연습하는 아이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어느새 단풍잎께서 이제 우리 밥 먹으러 내려가자~ 하신다. 와아~ 나도 모르게 들떴다. 아이들을 다시 삼삼오오 모아서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갔다. 누구였더라, 나에게 티라노사우르스 알아? 하길래 손을 들고 크앙~ 포효를 한번 했더니 끼야악~ 하며 다들 내려간다. 오호~ 이 방법이면 좀 빠르게 내려가겠구나 싶어 크앙~ 계속했는데 3살 아이가 이 모습을 보고 울었던 것 같다. 미안하다.

오후 12시 - 1시 반, 점심시간~

터전으로 돌아와 아이들 하나하나 손 씻고 내복으로 갈아입는 것을 도운다. 슬쩍 새치기하는 친구는 다시 줄을 서야 한다고 알려주고 손 씻으며 장난치는 친구는 뒤에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있으니 어서 씻자 응원했다. 다들 손을 씻고는 큰 방에 가서 자리를 잡는다. 나도 손을 씻고 큰 방으로 가니 아이들 배식은 끝나서 먹고 있다. 로사께서 "어서 식사하세요~" 하신다.
'엄훠~ 오늘 반찬은 갈비찜이넹~ 잡채는 고기 듬뿍 잡채넹~ 얼른 갈비찜을 듬뿍 떠서 자리를 잡는다. 진짜 맛있다. 강추다. 혹시 먹는 거 좋아하시는 아마가 있다면 교육 아마 꼭 하시길. 그래 이거지. 교육 아마의 특권!!
조금 늦은 아이도 있었지만 모두 제시간에 식사를 마쳤다. 휴식을 취하며 치카치카를 한다. 그리고 낮잠이불을 핀다.

오후 1시 반 - 3시 반, 낮잠시간~

6살 아이들이 자는 작은 방으로 가서 잠을 정한다. 태희는 특별한 부탁을 했다.
"아빠, 낮잠 잘 때 코 골면 안 돼 코 골 거 같으면 자지 마."
그래. 고맙다. 아빠 생각하는 네 마음. 요즘 집에서도 밖에 나가서 자라고 할 만큼 아빠 생각하는 너의 마음.
아이들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 아무래도 많이 커서 잠이 안 오나 보다. 그런데 나도 좀 쉬고 싶고 해서 어떻게든 재우려고 노력했다. 조금 소란스러워 단풍잎께서 다시 들어와서
"동생들 자는데 시끄러우면 깰 수 있으니 형님들 부탁해~, 기본자세~"
그러니 아이들이 거짓말처럼 조용하고 바로 눕는다. '아~ 저 자세가 기본자세구나~' 1분이 지났나... 다시 아이들끼리 속닥속닥 한다. 근엄한 목소리로 "기본자세~" 했다. 그러니 "기-본-자-세~" 따라 말한다. 호오... 요것 봐라...
"따라 하지 말고, 동생들 깰 수 있으니 기본자세 하자. 또 떠들면 강물이 데리고 나가서 따로 이야기 좀 하자." (먹혀야 할 텐데...)
다행히 낮은 톤으로 이야기하니 조금 먹혔다. 하지만 3분 지났으려나... 말은 안 하고 손바닥으로 곤지곤지하거나, 땅바닥을 치며 장난을 친다. 단풍잎에게 help를 쳐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떠드는 아이들 중 한 명을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강물 눈 보자, 기본자세 할 수 있지?"
"응... 할 수 있어."
다시 들어오니 다들 조용하다. 이 분위기... 옛날 학교에서 느껴봤던 분위기다. 선생님이 한 명 겁주면 교실 전체가 최악 가라앉은 그것... 내가 좀 심하게 한건 아닐까... 반성하다가... 5분 정도 지나니 다시 속닥속닥... 그래... 고맙다... 짜식들... 양심의 가책은 사라졌...
"단풍잎...ㅜㅜ 아이들 안 자면 2층 데리고 갈까요?"
"아, 강물, 잠깐 커피 한잔 하세요~ 제가 들어갔다 올게요."
"아뇨~" 했어야 하지만 이미 "감사합니다~"하고 말이 나왔...

오후 4시 - 하원, 오후 활동

오늘 서아가 생일이다. 곱게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태희 어렸을 적 모습이 스친다. 단풍잎께서 생일상에 올릴 과일과 과자들을 챙겨서 오신다. 도토리는 아이들을 챙기고 나는 단풍잎과 함께 재빨리 생일상을 만들고 작은 촛불을 켰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서아~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노래를 마치고 서아는 3번 정도 시도해서 촛불을 껐다. 단풍잎께서 서아 옆으로 가서 굴렁쇠 형님들이 적은 생일카드를 큰 목소리로 하나하나 읽어준다. 나는 도토리와 함께 과자, 사과, 떡을 간식 그릇에 담았고, 아이들에게 한 그릇씩 배달했다.

짱구랑 소라과자를 오랜만에 먹어보는데 왜 이리 맛나지??ㅎㅎㅎ 과자를 계속 주워 먹다 보니 앉아있으면 정말 계속 먹을 것 같아서 슬쩍 일어났다. 아이들은 이제 오후 놀이를 시작했다. 몇몇 아이들이 나에게 와서 책 읽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책 읽고 싶은 친구들은 나에게 가져와~~ 그러면서 작은방으로 이동했다. 아이들이 졸졸졸 따라오자 도토리께서 '피리 부는 사나이' 같다고 칭찬해주셨다. 어깨 뿜 뿜~~
그리고...
한 권, 두권, 그렇게 하원 때까지 책을 읽었다...... 으잉??
조금 허무한 결말... 같은 교육 아마를 무사히 마쳤다.

 

나는 교육 라마는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단계에 상관없이 행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굴렁쇠를 피부로 와 닿는 데는 이만한 활동이 없다. 이사회 활동 경우는 이사로 당선되기가 아주 어려울 뿐 아니라 (본인은 3번 떨어진 경험을 갖고 있다.) 아이들과 선생님과 함께 찐득하게 부비는 시간은 교 육아 마가 아주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미 교육 아마를 마쳐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저얼대 아니다.ㅎ

생각보다 너무 길어진 일지... 다시 읽고 분량을 줄여야 하나 했지만, 그냥 올린다. 생생하게 느껴지길 기대하며ㅎㅎㅎ

반응형

'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굴렁쇠공동육아어린이집 김장과 놀이 사이  (0) 2020.12.01
은은이 +503  (0) 2019.02.21
은은이 +1  (0) 2019.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