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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굴렁쇠공동육아어린이집 김장과 놀이 사이

"사람이란 살아온 날들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난 믿고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 아가타 준세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절기행사와 세시풍속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에 맞추어 살아간다. 그중에 김장은 큰 절기행사이다.

 

고백하자면 사실 그리 소중히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고기반찬, 나물반찬에 곁들여 먹는 음식 정도? 한국인이라면 응당 빼놓을 수 없는 반찬 정도? 그래서 올해 초였나? 김장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냥 사 먹으면 안 되나? 집에서도 사 먹는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조합원 간담회와 이사회/교사회 논의에서도 김장 진행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리고 김장을 진행하기로 결정!!!

시간은 참 빠르다. 무더운 여름날, 코로나로 땀 뻘뻘 흘리며 답답한 마스크를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계절은 늦가을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마음속에 큰 숙제? 시험? 같은 김장이 하루하루 다가왔다. 작년 김장 경험을 갖고 있는 아마들은 고춧가루, 배추 등 자연드림 예약을 미리미리 챙겨야 한다고 귀띔해주었다. 김장을 잘 모르는 나에게는 이렇게 굴렁쇠 애정으로 자발적으로 알려주는 아마들이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식단 담당하는 케이크에게 전달하니 케이크는 잘 알고 계셨고 함께 더블체크하자고 했다. 든든하다. 이때부터일까? 김장에 대한 걱정이 그리 되지 않았다. 다들 김장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있는 아마들이 있고, 든든한 케이크가 있으니ㅎㅎㅎ

태희 등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운동을 가려는 찰나 굴렁쇠 카톡방에서 마늘/생강 까기 인원 모집을 한다고 톡이 올라왔다. 드디어 김장이라는 큰 시험을 맞닥뜨리게 되는 날이 다가왔다. 운동은 잠시 미뤄두고 마늘/생강 까러 유안 네로 향했다. 이미 코끼리와 고양이가 유안네서 마늘을 빠른 손놀림으로 까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있는 아마들이 하나둘 유안네로 모였다. 다 같이 앉아서 눈과 손으로는 마늘, 생강을 까고 입과 귀로는 노가리를 깠다. 꽤 많아 보이던 마늘과 생강. 어느새 깨끗이 손질 완료~ 역시 '손이 많으면 일도 쉽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늦은 저녁 터전 도착. 오랜만에 터전이 시끌벅적하다. 주방에서는 고구마와 케이크가 육수를 끓이고 있다. 맛을 보며 서로서로 의견을 나눈다. 내가 낄 자리가 아님을 알기에 2층으로 올라가 본다. 마음 편한 노동과 수다의 현장. 그곳엔 많은 아마들이 무채를 썰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역시 여기지. 내가 있어야 할 곳. 자연스레 칼과 도마를 챙겨 무를 썰면서 너스레를 떨어본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무채를 얇게 썰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대파, 쪽파, 갓을 썰로 가야 한다. 하지만 거기도 대파, 쪽파는 3cm, 갓은 4cm로 썰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보니... 아 칼질도 쉽지 않구나... 하는데, 케이크가 올라왔다. 냉장고 정리할 사람을 찾는단다. 냉큼 '저요' 하고는 어려운 현장을 벗어난다. 김치냉장고에 낀 성에를 없애고 틈새에 있는 김치 국물, 곰팡이를 닦는다. 그리고 터전에 있는 김치냉장고 2대 LG와 삼성 각각에 맞는 김치통을 찾아놓는다. 내일 만든 김치를 보관할 때 헷갈리지 않도록. 야채손질팀은 어느새 마무리를 하고 절임배추 물 빼기 작업을 한다. 함께 하는 작업들은 어느새 우리들의 놀이가 되어 다들 농담도 하고 웃으며 마무리를 해 나갔다.

김장 마지막 날 아침. 자연드림에 들려 쪽파, 대파를 조금 더 사서 터전으로 간다. 반가이 맞아주는 우리 조합원들, '왜 이리 늦게 왔어~~' 정겹다.ㅎㅎㅎ 쪽파, 대파를 씻으며 일을 시작해 본다. 손이 느려... 쪽파, 대파를 써는 팀으로. 역시 손이 느려... 얼른 내가 있어야 할 곳을 빠르게 스캔해보고 찾아낸다. 오늘은 허드렛일을 담당해본다. 움직이길 좋아하다 보니 필요한 것 찾아 갖다 주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움직이니 심심하지도 않고 딱 좋다. 틈틈이 사진도 찍어본다.

양념이 어느 정도 버무려져 간을 보는 순간이 다가왔다. 다들 조금씩 먹어보고 의견을 나누어보다가 경험이 많은 고구마에게 도움을 청했다. 다 같이 의견을 나누며 드디어 김치 속 양념을 정하고 치대기를 시작~ 등대가 노동요로 90년대 노래를 틀어주었다. 다들 절로 흥얼거리며 김치 치대기를 촥~ 촥~ 리듬에 맞춘다. 기분도 업~ 능률도 업~

올해는 작게 백김치도 만들어보았다. 2층 큰방 한 모퉁이에서 올챙이와 민들레꽃은 백김치에 들어갈 시원한 국물(?)을 만들었다. 나는 슬쩍 끼어들어 국물 맛을 보았다. 오~ 쌉싸름하고 감칠맛 나는 국물 맛이 느껴진다.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 이것저것 일을 했다.

점심때가 되어 김장김치/겉절이 김치/백김치가 다 만들어졌다. 평소 같으면 다들 고기 삶기로 뒤풀이 준비를 했을 테지만 올해는 할 수 없었다. 잠깐이지만 어수선한 시국을 잊고 다 함께 시끌벅적, 으샤 으샤 김장 놀이(?)가 끝났다. 몸은 고되긴 했어도 성공적인 김장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함께한 아마들과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 알겠다. 김장을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올해 김장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ㅎㅎㅎ

굴렁쇠 아마들 모두 수고했어요~ 그리고 굴렁쇠 김치를 이끌어준 케이크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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