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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은은이 +1

2019년 2월 13일 (은은이 +1443)


오늘부터 나와 ‘은은이’ 그 녀석의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기록을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1443일동안 미루었다.


나중에 그 녀석이 이 글을 재미난 소설처럼 읽길 기대한다.

은은이 그 녀석이 태어나던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사람의 기억은 왜곡되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가 나 자신이 종종 그런 경험을 하였다.

그래서 앞으로 적을 그 녀석에 대한 이야기는 오류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알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를 제외한 딱 한 사람뿐이다.

다시 그 녀석이 태어나던 때를 돌이켜본다.

그 날은 정기검진 날이라 오후에 병원에 갔었다. 의사로부터 많이 걸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저녁식사로 고기를 구워먹고는 많이 걸었다.

신기하게도 그 날, 잠을 자고 있다가 그 녀석으로 부터 신호가 왔다. 새벽에 급히 병원으로 갔고 입원을 하였다.

6시간 정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그 녀석이 태어났다.

나는 마술쇼 같은 느낌이었다. 
마술사가 관객들에게 빈 손을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 가까이 이동해서 빈손을 흔들다가, 갑자기 손에서 카드가 나온다거나, 빛나는 구슬 나온다거나, 그런 쇼 말이다. 나는 정말 그렇게 느꼈다. 갑자기 생겨났다. 신기했다. 

정말 작은 사람의 몸을 처음 보았다. 피부는 빨갛기도 하고 푸르스름한 빛도 있었던거 같다. 울음소리는 고양이 울음소리 같았다. 그 녀석의 이쁜 배꼽을 위하여 조심스레 탯줄을 잘랐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시간을 잠깐 주었다. 그리고는 병원의 절차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손가락/발가락을 확인하고, 싸인을 했다. 엘리베이터 들어가기전에 확인하고, 그 녀석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나는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가서는 엘리베이터 나와서 다시 한번 더 내가 확인하고 싸인을 했다. 그리고는 그 녀석은 병원 신생아실에 들어갔다.

병원에는 이틀정도 있었던거 같다. 가족들이 그 녀석을 보기 위해 상경했고 축하와 앞으로의 삶을 응원해주었다. 
그리고는 광진구에 있는 산후조리원으로 향했다. 너무나 작은 사람을 큰 이불보에 잘 싸매고 차에 탔다.

산후조리원은 나에게는 학교 같았다. 그 녀석을 잘 보살피기 위한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고 실습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작은 사람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품에 안는지,
소화를 잘 시키기 위해 어떻게 트림을 시키는지,
머리는 어떻게 감기는지,
목욕은 어떻게 시키는지,
목욕 후 로션을 어떻게 바르는지,
포대기로 어떻게 감싸는지,

기술들을 습득은 하였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어리버리 했던거 같다. 당황했고, 책을 읽어도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도 보고...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면서 생활 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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