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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005 매우초록, 노석미

제목: 매우초록

부제: 어쩌면 나의 40대에 대한 이야기

작가: 노석미

출판: 난다

 

p33
"예전에도 제가 한번 얘기하지 않았나요? 땅주인은 따로 있다고.
왜 아가씨도 그런 비슷한 일 겪었다면서요? 계약하려고 가는 중에 차가 멈췄다면서요?
이런 이야기 이 바닥에선 비일비재해요. 훗. 땅이 사람을 선택한다는. 다른 사람들은 말도 안된다고
얘기해도 우린 이런 거 믿습니다.”
  • 이 책을 읽기 전 이미 집을 짓고 살고 싶은 나. 저자가 땅을 계약할 당시 부동산업자분과 대화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어디엔가 있을 내 땅이 나를 애타게 텔레파시 보내고 있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곧 그 땅을 찾아 계약하는 날이 오길.

p54
나의 장작난로는 비록 중고(실로 난로는 구멍이 뚫리지 않은 이상 중고여도 아무 상관이 없다.)였으나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처음 살 때와 똑같은 모양새로 잘 쓰고 있다. 이 난로에서 고구마, 감자, 고기, 생선, 떡 등 뭐든지 구워 먹는다. 특히 평소에 생선구이는 실내에서 절대 요리해 먹을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난로를 피우는 겨울철에는 생선을 구워 먹게 되었다.
  • 우와~~ 고기, 생선을 구워먹는다는 이 내용을 보고 나도 집을 지으면 꼭 난로를 놓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상상만 해도 너무 좋다. 침이 고인다.

  • 상상해본다. 추운 겨울날, 토요일에 일어나서 아침으로 오믈렛을 해 먹어야지. 그리고 가락시장이나 소래포구 같은 큰 수산시장에 가야지. 서로 손잡고 이리저리 시장구경하다가 점심은 칼국수나 떡볶이 같은 분식으로 대충 시장에서 사 먹어야지. 다리도 아프고 슬슬 지겨워지면 얼른 구워먹기 좋은 고등어나, 삼치나, 갈치를 사서 집으로 와야지. 집에서 잠깐 쉬다가 해가 지며 노을이 살짝 질 때 난로 피우기 시작해야지. 마른 장작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손질 해둔 생선을 석쇠에 올리고 굵은 소금 좀 뿌리고는 장작불 안으로. 치이이~ 생선기름이 장작에 떨어지는 소리들으며 생선 안타도록 석쇠를 요리조리 잘 들고 있어야지. 노릇노릇 잘 구워진 생선 한마리씩 가족들 접시에 올려주고~ 나는 술 한잔 마시고, 맛있는 생선을 와구와구 먹어야지ㅎㅎㅎ

p267
한 아저씨가 강력하게 계속 나를 ‘갤러리노’로 부르셨지만 ‘갤러리노’라는 호칭이 다수의 입에 붙지는 않았는지 지금의 나는 그 클럽에서 주로 ‘미쓰노’로 불리고 있다. ‘갤러리노’에 이은 ‘미쓰노’, 그것이 이 작은 사회에서 나를 규정하는 그 무엇인 것이다.
  • 강물~ 굴렁쇠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딸을 등원시키면서 얻은 별명이다. 나는 머랄까 자유롭게 흐르는 느낌이 들어 좋다. 그리고 자유로이 흘러서는 큰 바다로 나아가는 느낌으로 나는 해석하며 혼자 좋아한다.

  • 그래서 이 블로그의 이름도 강물 이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원에서 살기 보다는 도시에서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원생활에 대해서 조금은 막연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변에 저자처럼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결심했어?”, “어떻게 집 지었어?”, “전원에서 살기 어때?”, “머하고 지내?” 같은 질문을 할 것 같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저자도 이런 질문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그래서 반복되는 질문을 계속 받고 대답해주다가 이 책을 구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책의 구성도 보면 위의 질문들 처럼 어떻게 전원생활을 결심했는지, 땅을 계약하고, 집을 짓는 이야기를 초반에 이야기 한다. 전원생활을 하며 가꾸는 정원, 꽃,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 저자가 키우는 반려동물과 전원에서 만나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리고 이웃사촌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야기도 소개하고, 다시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책은 마무리 짓는다. 

 

이 책을 다 읽고는 그 동안 전원생활에 가지고 있던 의문점들이 많이 해소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제목 “매우 초록”  보다는 “미쓰노의 전원생활” 이라는 제목이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생활상을 자세히 이야기 해주어서 용감하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머랄까 자신의 이야기를 적으려고 하면 나는 가끔 주저하게 된다.

그런데 매우초록 이라는 단어는 참 이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진한 초록 이라기 보다, 매우 초록 이라는 단어는 참 마음에 들고, 나중에 내가 집을 짓고 살게 되면 이 책을 다시 펴서 참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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